2010년 3월 14일 일요일

블랙베리 9700



우연찮은 기회로 AT&T의 블랙베리 볼드 9700을 이틀 정도 만져볼 수 있었다.
당연히 AT&T의 락이 걸려있으므로 내 SK의 심카드를 꼽아도 전화로 사용할 수 없고 설상가상으로 무선인터넷도 안되는 상황인지라 제대로된 인터넷이나 트윗 같은건 해볼 수 없었다.
그저 하드웨어나 만져보고 설정 등을 이리저리 바꿔보는 정도였다.

처음 만졌을 때 놀란 점은 쿼티자판이 있음에도 그리 넓지 않다는 거다.
스펙을 찾아보니 구버전인 9000의 폭이 66mm, 9700이 60mm이고 다른 크기면에서도 작아졌음을 알 수 있다.
9000도 만져본 적이 있지만 아주 잠시였으므로 크기에 대한 비교는 어렵지만 9700은 확실히 작아서 바지 주머니에 넣기도 괜찮았다.
비록 미국 현지에서는 9700이 작아진만큼 자판과 화면이 작아서 오히려 9000을 선호한다곤하지만
나에게는 9700도 글씨 쓰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왠만한 서양사람들 보다 큰 키인 나니까 서양사람들도 괜찮치 않을까 싶긴한데, 뭐 손가락은 작을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엑페나 다른 피쳐폰들보다야 크긴하지만 그래도 한손에 착 감기는 것이 블랙베리하면 생각나는 넓은 폰이라는 고정관념이 무색해지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작은 자판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각 버튼의 일정부분이 튀어나와있어서 오타도 거의 나지 않았다.
(슬라이드 방식인 엑페는 이런 점은 본받을 수 없겠지?)

크기와 더불어 9000에 못미친다고 평가되는 핑거마우스도 감도가 좋아서 내가 원하는만큼 움직이 좋았고 돌돌돌하는 사운드효과가 나서 손맛도 좋았다.
하지만 이 점도 내가 트랙볼을 제대로 써본적이 없으니 적절한 비교는 어렵겠다.
그래도 트랙볼은 먼지도 끼고 아무래도 아날로그 방식이니 감도가 나빠질 수도 있을테니.
결론은 트랙볼 안써본 사람은 충분히 만족하면서 쓸 수 있을 정도라는거.
이 점은 정말 엑페가 본받아야한다.
이건 뭐, 터치 스크린이 있으니까 핑거마우스는 안쓸거라고 예상하고 만든건지.
지속 입력도 안되고, 그렇다고 감도가 좋길하나, 한번에 두세칸씩 넘어가서 감도를 낮췄더니 한번 입력에 꿈쩍도 안하다가 갑자기 두세칸씩 이동하고. :(
뭔가 갑자기 엑페 불평으로 새는군;

그리고 화면 구성도 딱 필요한만큼 쿨하다.
메인화면 하단의 여섯개 아이콘은 당연히 변경가능하고 어플들이 나열된 화면에서는 폴더를 만들어 종류별로 모아놓는 것도 가능하다.
배경화면은 아무 이미지나 지정해서 크기 조절 및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 선택하고 바로 지정.
게다가 화면 비율이 기본적으로 4:3 비율이니 컴퓨터 배경화면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아이폰에 비해 선택폭이 높다.

다만 미디어 어플(?)의 이미지 항목의 경우 실행하면 마이크로SD카드의 이미지를 불러오는데,
물론 폴더별 선택도 가능하지만 첫화면에서 SD카드의 모든 이미지를 긁어모야 섬네일 이미지로 뿌려주는데 이미지가 많은 경우 버벅인다.
어차피 대부분 외장메모리에 사진을 잔뜩 넣어 다니는데 굳이 모든 폴더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뿌려줄 필요가 있을지.
이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한가지 놀란 점은, 이 기기가 분명 미국 공수 제품인데 원 주인이 무슨 짓(?)을 한건지 아님 원래 그런건지
설정에서 이거저거 바꾸었더니 메뉴를 비롯한 자판까지 한글로 바뀌었다.
위 사진은 설정을 바꾸기 전에 찍은 사진이고 바꾼 후에는 사진을 안찍어서 인증(?)은 없지만
메뉴의 세세한 부분까지 한글로 바뀐 것은 놀라웠다.
게다가 9000 펌업전의 빵꾸똥꾸같은 폰트도 아닌 꽤 미려한 한글폰트로.
그래서 (키패드에는 한글이 프린트 되어있지 않지만 쿼티 자판이야 외우고 있으니) 일정이나 메모장에 이거저거 입력하며 놀 수 있었다.
한글 변경이 된 이유는 기기 주인이 내 지인이 아니라 물어보질 못했다. :|

처음으로 9700을 만져본 거였고 덕분에 며칠 동안 블베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안정적인 하드웨어, 단단하고 꽉차 보이는 디자인, 쿨한 인터페이스.
정말 일정관리와 소셜네트워크에는 최고의 폰이다.
하지만 현재 그다지 소셜네트워크적이지 못한 나이고, 아이폰의 광대한 어플, 특히 멋진 게임들 때문에 나에게 맞는 편은 아닐테지만 꼭 한번 제대로 써보고픈 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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