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0일 금요일

Batman - the Dark Knight Rises 감상 (스포 함량 95%)


<이 배트맨 마크 엄청 귀엽지 않아?>

개봉 이틀만에 조조로 봤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슈퍼히어로물은 메인빌런이 누군지 거의 아는 상태에서 봤었는데
(전작인 TDK는 조커만 알았지, 투페이스의 등장은 몰랐지만 대신 투페이스의 설정에 꽤나 빠삭했던터라 초반부에 덴트가 투페이스가 되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다만 영화 한편 내에 조커와 투페이스가 모두 등장하고 모두 해결될지는 몰랐지만)
이번 작은 애초에 누가 빌런인지, 누가 캐스팅 되었는지 전혀 모르고 보자는 계획을 세웠고 철저히 관련 자료는 회피하며 기다렸다. (힘들었다)
생각치도 못한 게시물에서 라즈 알 굴 관련 인물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지만 라즈 알 굴이 딸이 있었다는 걸 영화 보는 동안에는 떠올리지 못했기에 스포가 되지 않았고,
(다만 덕분에 영화 초반에는 베인이 라즈 알 굴이 아닐까 하는 오해를 했었다(목소리가 비슷하더이다).)
어쩌다가 본 광고의 베인의 이미지도, 코믹스의 베인과는 꽤나 달랐기에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다.
다만 영화 보기 전 날, 걸어가다가 슬쩍 본 배트맨 포스터에 캣우먼이 똭!
근데 문제는 그녀가 배트팟에 타고 있었기에 배트걸인줄 착각을 했고
그로인해 영화 초반에 사랑스런 해서웨이 양이 등장하자마자 '얘가 배트걸이군'했으나
실제로는 캣우먼이고(1차 당황) 보는 내내 '그럼 갱생해서 배트걸이 되겠군'이라는 생각으로 일관하다 결국 엔딩까지 보고서도 '후속작에 배트걸로 나오겠군'이라 생각하다 3부작이 끝이라는 걸 영화 보고 나와서야 알았다(2차 당황).
(지못미 로빈. 수트 따윈 잊으라고. 자네에겐 국장이 있잖은가.)

서론이 길었는데 이렇게 사전 정보 없이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인셉션으로 호감 배우가 된 래빗씨도 중요한 배역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로빈이더라는 점도 재미있었고
많은 다크 나이트 팬들에게 지적받고 있는, 반전으로 인해 베인이라는 캐릭터의 폭풍 가치 하락도 예상할 수 없던 범주였기에 놀라움이 더 컸고 오히려 고집불통 근육남에서 순정 근육남으로 가치 상향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원작에서 베인이 그 덩치에도 불구하고 명석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 반전이 더 허무하다고도 하는데, 비록 베인이 탈리아 알 굴의 수호자였다고 하더라도 단지 모든 계획이 탈리아로부터 나왔다고 보는 건 어불성설 아닐까?
수하가 아닌, 수호자였던 만큼 작전을 짤 때 둘이 같이, 혹은 베인이 조언을 주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캣우먼(의 탈을 쓴 배트걸).
지금까지 캣우먼의 이미지는 도발적이고 위험한 매력이 그녀의 상징(Batman Returns)이었는데(할리 베리씨의 캣우먼은 빼자. 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깜찍하고 새침한 캣우먼이라니.
애초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호감인 해서웨이 양이 분했기에 호감 증폭이었겠지만
액션 배우로 생각치도 않았던 배우였던지라 그 오묘한 이미지의 부조화가 신선했고 액션 자체의 결과도 좋았다.
게다가 이번 작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배트팟(라 쓰고 캣팟이라 읽는다)을 타고 펼치는 전투씬도 발군.
더이상 망또가 뒷바퀴에 감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할 필요 없이 급커브할 때마다 바퀴가 사방으로 윙윙윙 돌아가는 멋진 주행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해준 캣우먼 덕분에 조금은 밋밋한 액션의 놀란표 배트맨의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다른 의미의 볼거리가 아니다. 정말...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놀란표 배트맨은 슈퍼 히어로물임에도 현실적 캐릭터를 지향한 탓에,
배트맨도 일반 사람처럼 나뒹굴고 여기저기 상처입었으며(이번에는 싸울 때 고함도 지르더라;), 빌런들도 맨배트나 클레이페이스 보다는 조커나 투페이스처럼 정신은 이상해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의 힘을 지녔었다.
그리고 그 점 때문에 수년간 특수 훈련을 받아야만 이를 경지인 배트맨 급과 동료가 되는 로빈과 배트걸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고든 국장의 자녀가 아들 둘 뿐인 것도 같은 이치).
그런데 단지 도둑질이나 하던 여자애가 검은 수트에 가면까지 쓰고 총든 남자를 거뜬히 쓰러뜨리는 (특수요원 블랙 위도우 급의) 능력을 보이는 점에서 그 동안 놀란표 배트맨을 좋아한 사람들에겐 충격이었으리라.
나 역시 캣우먼이 그녀가 발 담그고 있는 적진에 배트맨을 데리고 들어갈 때,
다들 용병 차림인데 그녀 혼자만(같은 편인데도) 검은 타이즈에 가면까지 쓰고 있는 폼이 영 어색하긴 했었다.
하지만 배트맨 트릴로지의 완결로써, 부르스의 슬픈 옛사랑을 잊고 새 사랑을 시작할 대상으로써, 부족한 배트맨의 화려한 볼거리로써 캣우먼의 존재는 필요했다고 본다.
(다른 의미의 볼거리 정말 아...니다.)
뭐 나야 애초에 캣우먼이 될지 몰랐으니 괜찮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캣우먼인지 미리 알았던 경우라면 그 탄생과정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 더욱 어이 없었을지도.

그 외 부가적인 점들로, 놀란은 배트맨 기존 팬들의 맨붕을 즐기는 것 같다.
비긴즈에서 텀블러라는 탱크같은 자동차로 배트모빌을 추억하던 팬들을 맨붕시키더니
이번에는 배트라는 텀블러 밑에 프로펠러 달린 기이한 물체로 배트윙을 기대하던 팬들을 맨붕시키더라.
게다가 날개가 없으니 배트윙이라고는 못하고 그냥 'the Bat'라니... 아니 어차피 배트모빌도 텀블러로 이름이 바뀌기는 했었구나.

그리고 비긴즈에서 웨인저택이 전소하는 것도 꽤나 쇼크였는데 이제는 브루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갑부 지위의 상실...
아니 이거야 재판이나 기타 등등으로 복권한다고 하더라도 웨인사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배트맨 장비들을 베인 일당이 대놓고 사용했는데
그러면 웨인사에서 배트맨 장비를 만든게 알려지는 거고, 그렇게 되면 브루스가 배트맨인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그 점에 대해서는 마땅히 설명이 없었던 것 같다. 죽은 걸로 처리된거니 괜찮은거 아니냐고?
그래도 만인에게 정채가 밝혀진 적 없는 배트맨인데 아무리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좀 손대면 안되는 설정 아니었다 싶어 보는 내 좀 불편했다.
(어떻게 어떻게 배트맨의 정체는 밝혀진게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개연성이 부족해서 말이지)

그리고 고담시의 정체성.
고담시하면 밤의 도시, 어둠에 잠식된 신시티(sin city)의 이미지다. 고딕양식와 괴수가 조각된 도시의 풍경이 그 점을 대변하고.
팀 버튼의 기괴한 이미지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비긴즈의 경우 그래도 현대적으로 컨버젼된 고담시의 느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TDK에서 희미해지더니 이번 작에서는 그냥 뉴욕(내지는 시카고)이다. 게다가 옆에 바다도 있고 말이지.
마지막 장면에 배트가 원자로 메달고 바다로 날아가는 장면에서 어벤져스 생각 안 난 사람 있을까?
결국 미식축구선수 유니폼이나 여기저기서 고담이라는 말만 안하면 그냥 뉴욕이라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비긴즈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고담시 고유의 느낌은 남아있지 않다.
게다가 대낮 장면이 많았다는 점도 한 몫. 밝은 대낮에 사람들에 둘러쌓여 주먹다짐하는 배트맨은 정말 적응하기 어렵더라.ㅎ

뭐 이런저런 불만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다른 혹평들에 비하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훌륭했다고 본다.
배트맨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은 채로 로빈으로의 세대교체를 통하여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부르스의 평온과 사랑, 알프레드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며 더불어 배트맨 복귀의 여지까지 열어놓은 셈이니까.
단,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걸 모르고 봤기에 줄 곳 이 후 작의 가능성과 방향을 예상하며 봤고, 만약 마지막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평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겠다.(웃음)
그래도 배트맨이 귀환하여 어두운 지하차도에서 배트팟을 타고 뒤를 돌아보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마치 비긴즈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끝에 드디어 등장하는 장면과 비슷한 감동!

결론적으로 그동안 현실적인 놀란표 배트맨에 익숙해져 있고 그것이 좋은 팬이라면 실망하겠지만 기존 배트맨의 팬이라거나 그 외 일반인에게는 근래 드문 트릴로지 3편일 것이다.
(트릴로지 중 반지의 제왕 이 후로 제대로 된 3편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

P.S. : 역시나 마지막 작품이라는 걸 몰랐기에 영화에서 점점 커지는 스케일에 격정을 했었다. TDK에서도 범죄 수준이 꽤나 스케일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TDKR에서는 시 전체 규모의 폭탄테러에 아예 시 전체를 5개월간 전복시키고 장악까지 하다니 대체 이 다음 작에서는 고담시를 정말 날려버리거나 고담시 밖으로까지 진출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결국 마지막 편이니까 모두 오케.
P.S.2 : 탈리아 알 굴 역의 마리온 씨. 영화 보는 동안에는 긴가민가 했었는데 인셉션하고 나인에 나온 분이었더라. 특시 나인에서는 상당히 미인으로 보였는데 살..찌신 듯. 아니 출산하고 두 달 후라니 반대로 대단한건가. 그런데 나 의외로 마리온 씨가 나온 영화 많이 봤네. TDKR에 인셉션, 나인, 빅피쉬, 러브 미 이프 유 데어까지.
P.S.3 : 이 영화에서 가장 곤란한 사람은 베인 아닐까.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나오면서 정작 제대로 된 얼굴은 1초인가 나오는. 검색해 보니까 인셉션에도 나왔던 사람이라는데 그렇다해도 길거리 돌아다니면 베인인지 누가 알아볼까;
P.S.4 : 후반부에 캣우먼이 배트맨에게 키스한 뒤 배트맨 가면의 뾰족한 코에 눌려서 그녀 얼굴에 V자 자국 생기는거 보고 웃은건 나 혼자였나?
P.S.5 : 이 글 쓰다가 뉴스에 오늘 미국에서 TDKR을 상영하던 극장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나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심심한 위로의 말과 희생된 사람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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