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7월 4일 수요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관람
관람일시 : 7/1 조조(싼맛에)
처음 이 작품의 제작이 알려질 때 즈음, 스파이더맨3에 대한 무한 분노와 (지금은 개봉한) 어벤져스에 대한 기대에 차 있던 나에게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기존 소니가 아닌, 마블에서 만든다는 건 줄 착각하고 환호를 질렀더랬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3편이 망했다고 하더라도 리붓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안된데다가 설정을 원작에 충실했다는 정보에서였으리라.
뭐, 소니가 스파이더맨에 대한 판권을 '대여'가 아닌, '구입'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은, 그저 언제 마블이 판권을 도로 사가나 하는 것 뿐이지만(소니가 연속으로 스파이더맨 영화를 말아먹어야 가능하겠지? 혹은 역으로 마블이 판권을 '대여'하거나).
여튼, 앞서 말한대로 이번 스파이더맨은 원작에 충실했다.
거미줄도 인공적으로 제작한 웹슈터에서 나가고, 피터는 비록 가난하지만 똑똑한 것을 넘어 개구지며 말장난을 좋아하고, 첫사랑도 MJ가 아닌 그웬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탐탁치 않더라.
물론 재미있었다. 하지만 어벤져스 때처럼 흥분되지 않았다는 것.
영화의 한계인 것일까.
스파이더맨의 설정 상, 불우한 환경과 삼촌의 죽음에 대한 책임 등의 우울한 요소와, 똘똘하고 개구진 성격 및 슈퍼파워를 지닌 십대의 특징에서 오는 밝은 요소가 공존하게 되는데
이 두가지를 짧은 시간 동안 교차하게 되면 개연성 부족 및 괴리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전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는 전자에 충실했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다(3편은 패스하자).
물론 나에게는 (특히 2편의 경우) 불편함을 동반하는 우울과 찌질이 너무 심해 슈퍼히어로 무비 치고 2회차 관람을 꺼리는 영화가 되었지만.
게다가 슈퍼히어로의 탄생설화는 이미 그 영화를 보러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등 마이너 히어로는 제외(라고 해도 팬들은 이미 안다))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번 스파이더맨은 전작(스파이더맨1)이 개봉한지 딱 10년 되었다. 게다가 3편은 5년 전에 개봉했고.
그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망한 것도 아니고 대박을 쳤는데(3편은 패스하자고) 지금의 스파이더맨을 보러 가는 사람 중에 탄생설화를 모르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그럼 그 사람에게는 축복이다. 난 지겹도록 알고 있거든.
물론 나로서는 지금까지 본 슈퍼히어로 영화 거의 전부 탄생과정을 미리 아는 상태에서 봤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딱히 불만은 없다.
문제는 그 탄생설화를 이번 영화에서 그대로, 있는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이다.
전작 대비 그 어떠한 가감도 없이.
배트맨 비긴스처럼 촛점을 바꾸거나 요약, 회상 등의 방법을 쓸 법도 한데,
그렇다고 판권을 다시 마블이 가져와 리붓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 탄생과정에 집착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그나마 차이점이 피터의 아빠 떡밥인데 이건 탄생과정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니 떡밥 항목에서 언급.
결국 그웬과의 로멘스도 전작의 MJ와의 로멘스와 비교해 나아진게 없다.
아니 퇴보한건가. MJ와처럼 그토록 힘들게, 애틋하게 시작한 것도 아니고 히어로 액션에 엮이는 것도 아니고.
(막판 전투를 함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웬은 제발로 들어가 제발로 나왔다는 점을 명심하자)
스파이더맨 트레이드 마크, 여자 안고 거미줄 타기도 별 이유없이 한 2초 나왔나?
그래도 뾰로퉁해져 돌아가는 그웬 엉덩이에 거미줄을 발사하고 당겨 껴안는 걸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키스하는건 좀 좋았다.
십대의 귀여움과 풋풋함이 느껴졌달까.
영화의 지루함을 가중시키는 요인은 빌런에서도 나온다.
피터와 친분이 있는 과학자, 피터의 총명함을 알고 호감을 갖는 과학자, 과학의 윤리와 상황에 갈등하는 과학자, 결국 자기 몸을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과학자, 중반에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아는 과학자, 막판에 힘 잃었을 때 정신차려 피터에게 용서를 구하는 과학자.
뭔가 떠오르지 않는가? 스파이더맨1의 오스만과 기가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그나마 그린 고블린은 선과 악의 고뇌에서 빛나는 연기력과 함께 멋진 장면이라도 만들었지.
리자드의 설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전작의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도 과학자라는 신분, 목적, 피터와의 관계 등 유사한 부분이 많았음에도 몇몇 설정과 연출, 시퀀스, 시나리오 등으로 충분히 캐릭터 간의 차이를 만들었다.
결국 피터의 성격, 몇몇 설정만 달라졌다 뿐이지, 나쁘게 말하면 스파이더맨1의 스킨만 바꾼 격이라 할 정도다.
게다가 리자드 외모 좀...
도마뱀이면 만화에서처럼 입 부분 좀 돌출시키면 안되나?
그냥 입찢어진 사람 얼굴이어서 멋있지도 않고 흉측하기만 하고 도마뱀 같지도 않더라.
결국 초록색의 괴물인간 이미지여서 더욱 그린 고블린과 비슷해 보인다.
떡밥 이야기.
사실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는 떡밥 같은건 없었다.
물론 영화 중간중간에 원작 만화 캐릭터들이 나오긴 했지만(그웬, 코너스(리자드), 존 제임슨(편집장 아들로 후에 맨울프) 등) 차후 시리즈를 예고하는 떡밥이라기 보다는 엑스트라로서, 팬들에게 잔재미를 주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마블의 영화들에서 작정하고 뿌리는 떡밥들에 팬들이 열광하는게 부러웠던걸까.
이번 스파이더맨에서는 아주 작정하고 떡밥을 뿌린다.
밝혀지지 않은 피터의 아버지 이야기부터 아프다는걸 재차 강조하지만 등장하진 않은 오스만, 결국 잡하지 않은 벤 삼촌의 살해범 등.
게다가 한번도 없던 엔딩 후의 숨겨진 영상까지.
그런데 떡밥이라는건 그 영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
기계를 만들던 토니가 캡틴의 방패를 받침대로 쓰거나 숨겨진 영상에서 토르 망치가 딱 등장하는 것과 영화 내에 비중있게 언급되다가 아무런 결과 없이 영화가 끝나는 것과는 다른 문제란 말이다.
애초에 쉴드의 존재도 아이언맨1에서 어떤 정부기관이라고 나오던 데가 마지막에 '쉴드'라 불러다라는 콜슨 요원의 말 한마디로 공개되며 팬들이 경악했던 것이다.
(게다가 숨겨진 영상으로 사무엘 잭슨이 나오면서 확정 똭)
그럼으로써 이 후 개봉된 영화들에 관련 떡밥들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팬들도 열광했던 것이다.
물론 아이언맨2, 토르 등에 대놓고 쉴드가 계속 나오니까 해당 영화들이 어벤져스 예고편이냐는 비난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라고 해도 어벤져스가 히트한 이상 이제 일반 관객들도 향후 떡밥들에 관심을 보이겠지)
그런데 그 영화들은 그나마 어벤져스라는 대의명분이 있기라도 했지, 스파이더맨은 그런 것도 없이 단순 후속작에 대한 떡밥을 마구마구 뿌리면서 이게 이번 작에 마무리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보다가 그냥 끝나버리니 보는 사람이 짜증날 수 밖에.
(애초에 스파이더맨을 마블에서 만들었다면 캡틴이나 특히 토니가 나타나거나 언급되면서 재미있는 상황이 벌여졌을텐데 아오 다시 생각하니 또 짜증)
게다가 숨겨진 영상에 등장하는 제3의 인물은 얼굴도 안나오더만. 오스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하는데 설마 누굴 캐스팅할지, 혹은 어떤 빌런으로 할지 정하지 않은건 아니겠지.
좀 떡밥을 뿌려도 세련되게 뿌리란 말야. 초보자가 뿌리듯이 그냥 궁금하게만 만들면 열광할 줄 아냐. 짜증나니까 자꾸 말이 험악해지네 아오.
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이 안나온다는 것, 그리고 이제라도 마블이 다시 판권을 산다하더라도(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또 리부트를 하는건 어려우리라는 걸 생각하니 좀 평정심을 잃었는데,
결과적으로 기존 스파이더맨을 별로 기억하지 못하는(영웅물에 관심이 없는) 관객이 어벤져스의 인기에 조금은 혹해서 본 경우(그런 경우라면 결국 여성분들)라면 나름 드라마적인 재미는 있으니까 재미있었겠지만
기존 스파이더맨이나 어벤져스 골수팬이라면 보기 지루하고 불편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P.S. : 사실 스파이더맨이 시민들에게 도움받고 공감 얻는 장면들도, 슈퍼히어로를 좋아하는 내게는 보기 불편했지만(그렇다고 애초에 시민들이 스파이더맨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했던 것도 아닌데) 그런건 개인취향으로 차이가 날 문제라 본문에서는 패스했다.
뭐, 다시한번 사족을 달자면 그런 (억지)장면과 무언가 개연성 부족한, 감동을 추구하는 후반부 때문에 이거 '우리나라 액션영화'를 차용했나 싶을 정도였다.
왜 개연성 부족하냐고? 무슨 변온동물이 액체질소 맞고도 1분도 안되서 살아나냐고.
그럼 영화 중간에 변온동물 어쩌고 한 드립은 어케 되는거야.
변온동물과 정온동물의 장점만 취한 이종교배다!라고 말한다 해도 정온동물한테도 그건 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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